가장 고약한 벌레들


“나의 조그만 친구여, 자네는 자네 조국에 대해서 칭찬을 했네. 고관이 될 조건은 사악한 마음씨라는 점을 입증해주었네.

법을 악용하는 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재판관이 된다는 사실도 입증해주었네. 자네 나라에서는 어떤 제도가 시작은 훌륭했지만 결국에는 부패로 인해서 빛이 바랜 걸로 보이네.

자네가 말한 것으로 볼 때 어떤 사람이 어떤 지위를 얻는 데는 그 방면의 학식으로 얻는 것 같지도 않고, 귀족들은 훌륭한 인격 덕분에 귀족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, 성직자들은 신앙심이나 학식으로 인해서 진급하는 것 같지도 않고, 군인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진급하는 것 같지도 않고, 재판관은 훌륭한 판결을 했다고 승진하는 것 같지도 않고, 의회의 의원들은 애국심으로써 그 자리로 올라가는 것 같지도 않네, 자네는 여러 해 동안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면서 보냈으니 자네 나라의 악에 물들지 않았으면 하네.

내가 자네 이야기를 들어 보고 판단한 바로는, 자네 나라의 인간들은 자연이 이제껏 이 지구상에서 기어 다닐 수 있게 만들어준 벌레들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벌레들이라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네.“




걸리버 2024.02.14




걸리버가 방문한 1699년 소인국과 2024년 대한민국


외국인은 당신의 눈에는 우리가 아주 잘사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사실 우리는 두 가지 커다란 재앙의 봉착해 있소이다.

한 가지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당파 싸움이고 다른 한 가지는 강력한 적이 우리를 침공해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요.

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0개월에 걸쳐서 트라멕산 당 슬라멕산 당이라는 두 당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, 그 당명은 양쪽이 서로를 구별하기 위해서 신고 있는 신발의 높은 굽과 낮은 굽에서 유래한 거요. 높은 굽 쪽이 우리 전통에 더 어울린다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기는 하는데, 황제폐하께서는 정부의 행정 기관이나 모든 관직에서 관리들을 임용할 때 오로지 낮은 굽 쪽만 임명하고 있소이다.

그건 당신도 봤을 거요. 특히 황제 폐하의 굽은 궁궐 안 어느 사람의 신발보다도 2밀리미터는 더 낫소이다. 양 파벌 사이의 적개심은 아주 대단해서 절대로 같이 식사하지도 않고 같이 술을 마시지도 않고 같이 길을 걸어가지도 않소. 국민의 수에서는 높은 굽 쪽인 트라멕산 당이 더 많지만 권력은 완전히 우리 편에 있소.

다음에 황제가 될 황태자는 높은 굽 당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염려되기는 한데, 적어도 한쪽 신발은 다른 쪽보다 낮아서 걸어 다닐 때 절룩거리는 걸 분명히 볼 수 있을 거요.

- 걸리버 여행기 /조너선 스위프트/ 박용수 옮김/ 문예출판사 -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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